한국정신분석심리상담협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정신분석학에 관한 첫 공식 토론은 일제 치하인 1939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하지만 학회와 연구회, 그리고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분석가들이 활동을 시작한 정신분석 운동의 본격화는 1990년대입니다.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정신분석 역사는 프로이트가 무의식 혁명을 주창한 이래 분열과 새로운 분화의 연속이었지만, 이것은 무의식을 전제하면서도 임상을 보는 시각과 목적에 따라 강조점이나 관점을 달리하는 정신분석학의 필연적 운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수련 배경과 지향하는 이론에 따라 정통 프로이트주의, 대상 관계와 대인관계, 모던 정신분석, 라캉 학파로 각기 분화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그리고 또 한쪽에서는 정신의학자들이 인문학자들과 조직적 교류 없이 의학과 연관해 프로이트를 연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정신분석은 여전히 한국 사회에서 소수이자 비주류로 인식하면서도 수많은 학회와 연구소가 난립하고 각자 발전을 도모하는 현실이었고, 내부의 교류와 국제적 위상도 매우 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간 정신분석의 발전과 사회 기여를 위해 이론에 상관없이 협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는 않았지만, 무차별 확장보다는 이론적, 임상적 순수성을 더 중시하는 정신분석 입장에서 각 학파는 독립성과 이념적 순수성을 위한 노력에 더 집중하였습니다.

그러다 최근 심리상담 관련 입법 움직임이 있으면서 정신분석도 여러 차이를 넘어 정신분석학의 공통 유산을 지키고, 입법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하나의 조직을 결성하고 통일된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대두되었고, 공감대가 급속히 확대되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25년 12월 28일 17개 단체(대학원, 학회와 연구회, 아카데미, 연구소 들)가 모여 ‘한국정신분석심리상담협회’라는 단일 조직을 출범시켰습니다. 실제 임상을 토대로 삼는 정신분석에서 본래 이념과 원칙에 대한 충실성 때문에 통합이 쉽지 않은데 이렇게 하나의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고 그만큼 정신분석에 대한 대중적 요구와 이에 대응하려는 분석가와 연구자들의 주체적 역량이 성숙했다고 봅니다.

앞으로 협회는 형식적 통합을 넘어 한국에서 정신분석이 다양한 지평에서 뿌리내리고, 각 학파의 고유성과 이론적 순수성을 억압하지 않으면서 상호 영향 속에서 정신분석학이 한국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또한 24년 12월 28일 협회결성 첫 발걸음을 내딛어 이제 시작에 불과하지만, 우리 강령이 표방하듯 정신분석 이론을 심화하고 이를 지역과 공동체에 보급하면서 건강한 정신문화 형성에 이바지하고, 이를 수행할 수 있는 상담과 연구 전문인력을 양성하면서 한국사회 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협회가 발전하고, 한국사회가 21세기 세계사적인 정신분석 운동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25년 한국정신분석심리상담협회 회장 김석


오늘 한국정신분석상담협회의 출범을 위해 격려차 귀한 발걸음을 해 주신 국회입법조사처 이만우 국장님, 그리고 축하해주시기 위해 오신 한국상담진흥협회 권수영 이사장님과 한국상담심리학회 이상민 회장님!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15개 정신분석 단체 대표님들과 회원여러분, 오늘의 출범이 있기까지 수고해 주신 준비위원님들, 본 협회를 이끌어 가실 회장님과 운영위 여러분 축하드립니다.

저는 준비위원으로 우리 협회의 탄생 과정을 함께 하면서 지속적으로 우리가 누구인지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각 단체에서 어떻게 정신분석의 수련을 수행해 왔는지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정신분석심리상담이 국가적인 인정을 받고자 하는 과정을 준비하면서, 준비위원 모두는 정신분석적 상담의 정체성, 곧 무의식의 의식화와 전이 역전이 분석을 통해 내담자를 깊이 만나는 정신분석의 고유한 가르침을 견지하면서, 다른 상담 단체와도 상호 성숙한 교제를 통해, 정신 내면의 아픔을 겪는 분들을 돕는 일에 나서는 일이 의미 있고 소중한 일이라고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단체를 대표한 대표자들은 협회를 만드는 과정에서 우리가 누구인지를 확인하면서 새롭게 열려질 가능성과 도전에 적극적으로 지지해 주셨습니다. 이러한 용기 있는 결단을 해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저는 2018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북서쪽에 위치한 San Damiano의 프란시스칸 수도원에서 어떤 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오전 자신을 성찰하고 묵상하는 시간을 위해 자리에 앉았는데 옆으로 심하게 굽은 나무들이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습니다. 무심코 나무를 보고 있는데 나무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내 모습이 어때서?’ ‘What if I look like this way? What if I crooked like this way?’ 처음에는 나무가 나에게 질문을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이 질문은 제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어 되돌아왔습니다. ‘그래 내 모습이 어때서? 키가 좀 작고 얼굴이 못생기고 말도 어눌하고…글쓰기는 늘 낑낑대는 내 모습이 어때서? 그게 어때서?’ 여러분은 여러분의 모습이 어떠십니까?

저는 완벽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어서 누군가에게 나서기를 꺼리는 성격입니다. 그런데 정신분석을 공부하고 수련을 받으면서 완벽하지 않아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힘을 얻었습니다. 유치할 수 있고 어린아이다울 수 있고 어색함을 견딜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마음이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 모습이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신분석의 수련과 분석 과정이 깊어지면서 정제된 인격을 이루어가는 나의 여정이 아름답다고 경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학교와 임상 단체와 학회와 연구회에 참석하여 정신분석적 수련을 받으며 상담을 담당해 오신 여러분은 분석의 자리에서 만난 분석주체들과 상호 변형과 변화와 치유의 과정을 경험하시면서 저와 같은 경험을 하셨을 것이라고 사료됩니다.

프로이트가 『히스테리 연구』를 출판한 1896년을 정신분석 원년으로 삼는다면 정신분석의 역사는 130여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신분석은 고전정신분석에서 자아심리학과 대상관계 및 자기심리학을 거쳐 상호주관주의를 위시한 현대 정신분석에 이르기까지 자체의 역사를 이루어왔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대의 주요 사조 및 주요 상담기법과 교류하며 정신 탐구와 치료의 중심을 이루어 왔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협회에는 정신분석대학원들과 임상수련 기관들이 함께 모였습니다. 이론과 임상의 현장이 서로를 보완하면서 균형있는 협회가 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실적으로는 저희 협회의 상담 자격증이 국가가 인정하는 여정에 합류하기 위해서 오늘의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이 일을 위해 우리는 스스로의 지속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이웃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오늘의 자리를 빛내주신 국회입법조사처 국장님과 한국상담진흥협회 이사장님그리고 한국상담심리학회 회장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저희는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협력하고 기여할 것입니다. 저희가 나아가는 데 협조와 안내를 줄 수 있는 분들께 깊은 도움을 요청드리고 싶습니다.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입니다. 여러분이 내디딘 오늘의 한 걸음이 어느덧 정상에 닿을 것이고, 다다른 정상은 또 다른 정상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변화의 과정 가운데 서 있습니다. 오늘의 역사적인 변화의 과정에 동참해 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2024년 12월 28일

한국정신분석심리상담협회

이사장 이 세 형